"요새 신문 누가 봐요. 유튜브로 보지"

이규진/ e튜브뉴스 대표

사라져가는 '페이퍼', 매스미디어의 새 주인 '영상'
인터넷 위에 유튜브 "요새 뉴스는 유튜브로 봐요"
그래도 텍스트는 남는다...가독성과 전달력 독보적

이규진기자 승인 2023.05.23 20:10 | 최종 수정 2023.06.02 16:50 의견 0


"내년에 만원만 내세요. 00일보와 00스포츠 넣어 드릴께요."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70이 넘어 보였다. 검게 탄 얼굴에 검버섯, 깊게 패인 주름살들이 나이테처럼 연륜을 느끼게 했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들. "(신문)지국에서 나왔어요. 올해는 공짜로 보시고 내년 5월에 만원만 내시면 00일보에다가 00스포츠 보시는 거죠."

손에는 만원짜리 지폐들이 십여장 들려 있었다. "사은품도 드리고요. 현금도 드려요."

가게 주인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정확히 말하면 힐끗 보고는 시선을 외면했다. "요새 신문 누가 봐요. 처음에는 봤는데, 여기 오는 손님들이 하나도 안봐요."

경기도의 소도시 OO시. 부동산, 미용실 등에 있으면 하루 건너 목도하는 장면이다. 쇠락한 매스미디어 '페이퍼'의 모습은 이랬다. 신문 영업이야 수십년 전에도 그랬으니 놀라울 건 하나도 없다. 지금도 이러고 있다는 게 새삼 시선을 끌 뿐이다.

이 장면을 보노라니 신문의 처지가 처량하기 그지 없어 보인다. 인터넷 시대에 이어 유튜브 영상의 시대를 한창 지나가고 있는 지금 마치 60,70년대로 타임머신을 탄 느낌이다.

특히, 신문 영업 할아버지의 모습은 늙고 아무 생기가 없는, 머지 않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페이퍼'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 마케팅, 영업 방식 역시 정말 구닥다리지 않은가? 한 손에 든 만원짜리 십여장과 신문..

인터넷으로 보지 누가 신문으로 뉴스를 보느냐는 반문에 "그래서 만원이에요. 한달 만원에 신문 두 개"라고 답한다. 한달에 오천원 하는 신문. 그 종이를 외면하는 자영업자들과 고객들.

정작 한달치 신문은 오천원의 가치 밖에 없는 것인가? 신문은 수백명의 기자가 매일 발품을 팔며 취재를 해 훈련된 필체로 기사를 작성한 뒤 여러 단계의 선별 과정(데스킹, 편집회의)을 거쳐 탄생한다. 사실 신문에는 생생하고 정확한 양질의 정보들이 담겨 있다.

문제는 그 전달 방식이 인터넷에 밀려나 버렸다는 것. 신문 아니어도 얼마든지 모바일로, 인터넷으로 그 기사를 읽을 수 있는 건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미용실 원장 할머니는 "요새 뉴스는 유튜브로 본다"며 매달리는 신문 할아버지를 뿌리쳤다.


유튜브. 영상 플래폼이 인터넷보다 상전인 셈이다. 유튜브에는 뉴스만 있는 게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롯해 온갖 정보와 오락, 눈요깃거리 등이 그득그득하다.

신문은 그래서 구시대 유물이 되버린지 오래다. 가장 젊은 건 유튜브고, 영상물들이다. 매스 미디어의 세계에서 골동품이 돼 버렸다. 텍스트는 정말 무용한 것일까?

텍스트는 영상이 가질 수 없는 강점이 있다. 한 눈에 보거나, 한 순간에 인지해낼 수 있는 건 텍스트 정보다. 영상물은 연속하는 장면들을 계속 봐야 한다. 오디오 역시 다 들어야 맥락과 핵심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잘 정리되고 요약된 텍스트는 가장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다.

텍스트의 가독성. 그리고 영상콘텐츠 정보의 진위와 품질을 감별해 낼 수 있는 분별력은 텍스트 매체가 갖고 있는 우월한 영역이다. 가짜 정보가 많은 영상정보의 세상에서 팩트체크는 필수다. 물론 영상물 역시 팩트를 확인해 전달할 수 있지만 말이다.

신문 등 활자, 즉 텍스트 매체는 오래갈 것이다. 문자가 영원히 유용한 인류의 도구인 것처럼. 텍스트의 뛰어난 가독성과 전달력을 살린다면 영상의 시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가고, 정보의 효용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다.

한국의 제도권 유력지들은 정파적, 상업적 이익을 위해 신문을 언론의 본령에서 궤도 이탈시켜버렸다. 그래서, 한국의 신문은 더욱 구시대적이고, 앙시앙레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신문은 쪼그라들고 있다. 하지만, 텍스트는 남는다. 양질의 텍스트는 그것이 신문의 외피를 쓰든, 서적의 외양을 갖든, SNS나 인터넷 위에 둥둥 떠다니든 유용하다.

텍스트는 영원하다. /guakta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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